들어가는 글(자기소개)
나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지역에서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만드는 ‘열터(당시는 화성열린문화터)’에서 근무하고,
2017년부터 1년 간 준비 과정을 거쳐 2020년까지 광고 카피라이터로, 디자인 기획 팀장으로 클라이언트와 사람들 사이 커뮤니케이션 접점을 만드는 일을 했다.
2020년부터 열터에 돌아와 대극장 공연 [상생의놀이판 쾌도난장], [동행: 나는사도세자의아들이다] 등의 홍보 작업을 총괄하고, [문화가있는날 청춘마이크 주제확산형 PM 2년], [대한민국 공연예술제 생생우리음악축제 기획], [내가 농섬보다 외롭다 <매향리아트런> 기획]등을 진행했다.
짧게는 4년, 시작부터 따지면 11년 지역의 문화예술 터전에서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고민한 셈이다. 나름대로 자신할 수 있는 성과도 만들어 냈다. 컨셉을 가지고 10년 넘게 축적된 브랜드 자산을 정리하고, 눈으로 보이지 않았던 팬층을 결집시켜서 커뮤니케이션의 흐름을 만들어서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들을 시도해보는 ‘동력’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작은 규모 예술단체에서 전담 마케터를 찾기가 어려운 만큼 11년 간 쌓아 온 노하우는 확실한 차별화 지점이 된다고 판단 하고 있다.
목차
시작하기도 전에 진이 다 빠지는 홍보물 기획
홍보물을 만들어 보려고 자리에 앉으면 목록을 보다가 한숨부터 나온다. 내가 필요했던 건 극장에 붙여 놓을 포스터, 그냥 그걸 가지고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올릴 수 있게 만든 웹자보, 극장 온 손님들이 받아 갈 리플렛 정도인데.. 재단 홈페이지 등록 가이드를 보니까 무슨 대문 디자인은 규격이 또 다르고, 모바일에서 보는 디자인 규격은 또 따로 있단다.
심지어 규격 기준은 난생 처음 보는 픽셀(px)이라고 하는데.. 그나마 일이 여기서 끝나면 다행이지. 현수막, 가로등현수기, 극장 외벽현수막, 포토월, 엑스배너.. 뭐 그런 것까지 다 만들려고 하면 시작 하기도 전에 진이 다 빠진다.
그래서 그런가? 최소 규모 예술단체들이 포스터 하나로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퉁’치는 경우들이 종종 눈에 띈다. 출력물 포스터 하나를 잘 만들고, 웹자보로 페이스북에 게시하고, 카카오톡에 보내고, 재단이나 극장 홈페이지에 올리고, 카카오톡광고, 네이버카페 게시물로도 똑같은 포스터를 올린다.
귀찮게 홍보물 목록을 만들고 관하는 것과 포스터 하나로 대부분 커뮤니케이션을 감당하는 것, 결과에는 어떤 차이가 발생할까?
홍보물을 포스터 하나로 ‘퉁’치는 건, 이거랑 비슷하다
이렇게 비유하면 좋을 것 같다. 포스터 하나로 커뮤니케이선을 ‘퉁‘치는 건 사람들 지나가는 길가에 포스터를 쌓아 놓는 것이고, 홍보물 목록을 만들어서 여러개로 만드는 건 지나가는 사람을 만나며 일일이 공연 보러 오라고 설명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최소한 자주 사용하는 매체의 사양을 고려하지 않는 ‘퉁’ 치고 말아버리는 커뮤니케이션과 매체 환경에 따라 다양하게 구성된 커뮤니케이션의 결과는 정말로 하늘과 땅 차이가 난다. 홍보물 종류가 다양해야 하는 3가지 이유로 설명해보겠다.
홍보물의 종류가 다양해야 하는 3가지 이유
게시 장소의 규격이 다르기 때문에
가로등 현수기 규격이 다르고, 게릴라 현수막 규격이 다른데 어떻게 똑같을 수 있을까? 당연히 걸리는 장소의 숫자 만큼 다양한 디자인이 필요하다. 이게 첫 번째 이유의 핵심.
그런데 그게 다는 아니다. 위 디자인 중 [메인포스터(웹자보)]와 [모바일웹자보]를 비교해서 보자.
둘 사이 어떤 차이가 있을까? 우측 모바일 웹자보는 pc보다 개인 스마트폰에 기준 하고 있어서 가로 형태가 좁은을 뿐 거의 차이가 없다. 다만 모바일웹자보의 ‘어떤’요소 들이 더 눈에 잘 띌 뿐이다.
디자인 원칙 상, 눈에 잘 띄는 요소가 디자인 제작자에게 중요한 요소다.
그래서 좌측 포스터에서는 제목과 핵심 비주얼이 가장 중요하게 다뤄졌다. 그리고 눈에 띄는 것은 070으로 시작하는 전화번호 정도.
오른쪽 모바일웹자보는 어떨까? 마찬가지로 제목과 핵심 비주얼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최상단에 2023년 대한민국 공연예술제 선정 축제와 하단 2023. 11. 03. ~ 03. 가 색 반전을 시켜서 도드라져 보인다. 이러한 차이점은 어디서 발생한 것일까? (이것은 디자인의 취향 차이가 아니다)
게시 장소의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디자인은 게시 장소의 특징에 따라 달라진다. 모바일웹자보는 스마트폰으로 본다. 그래서 이미지를 보는 동시에 전화번호를 누를 여력이 안된다.
(전화를 걸려면 우선 이미지를 내리고 전화 어플리케이션을 켜야 한다.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큰 차이를 만든다. 마찬가지로 모바일 이미지에 큐알코드를 넣는 시도도 대부분 무의미하다)
포스터는 출력물을 기준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세부 내용들을 크게 만들 필요가 없다. 그래서 중요하다 판단되는 요소도 모바일웹자보에 비교하면 다 작아보인다.
(크면 좋은 거 아냐? 하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모든 요소가 다 크면 우리가 보여줘야 하는 핵심 요소는 숨어버린다)
홍보 시스템 안에서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세 번째 이유는 두 번째 이유 [장소의 특징]과 연관지어서 살펴보자.
마찬가지로 위에 소개했던 사업의 포스터 2장이다. 왼쪽은 공연 현장에 부착해 놓은 것이고, 오른쪽은 pc나 일부 장소에 부착해 놓은 메인 포스터다. 두 차이는 기본적으로는 장소의 특징 때문에 발생되었다.
왼쪽 포스터부터 보자. 이 포스터는 당일 공연하는 현장에 일주일 전후로 부착되어진 디자인물이다. 여기는 제목에 쓰여 있는 것처럼 커피복합문화센터에 붙은 포스터다. 위 공간(커피복합문화센터)은 보통 카페로 사용되는 곳으로 주말에는 물론이고 주중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공간이다. 이런 전제를 깔고 보면 왼쪽 포스터의 역할을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왼쪽 포스터를 보고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길 원했다.
“11월 5일 여기서 공연하네?”
솔직히 포스터를 보고 무슨 사업이 어쩌고, 대한민국공연예술제가 어쩌고, 전체 라인업이 어쩌고, 축제가 어디서 어떻게… 이런 정보.. 알면 좋지만 몰라도 상관 없다고 생각 했다. 이유는 나중에 다시 설명하도록 하고.
그럼 오른쪽 포스터는 어떤가? 이 포스터는 전체 캠페인을 주도하는 디자인으로 웹 메인에도 게시가 되고, 아주 일부 공간에는 출력해서 붙이기도 했다. 부착을 위해 사전에 정해 놓은 장소도 따로 없었고.. 결과적으로 그렇게 많이 쓰인 디자인 같지는 않다. 대신에 상세페이지나 리플렛을 구성할 때 이 디자인의 요소를 차용해서 많이 만들었던 것 같다. 이정도 설명이면 오른쪽 포스터의 역할도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오른쪽 포스터를 보고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길 원했다.
“작년에 봤던 그 축제 또 하네?”
왼쪽 포스터랑 비교하면 정보 양이 훨씬 많다. 날짜, 장소, 라인업, 축제, 주최주관.. 애초에 목표가 다 표현해 내는 것이 아니었어서 정보를 간략화한 것이고, 그래서 애초에 이것만으로는 이야기가 안된다. 진짜 그냥 비주얼이고 그냥 브랜딩이다.
두 포스터가 ‘포스터’라는 동일 형식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달라져야만 했던 이유. 전체 홍보 시스템 안에서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오른쪽 포스터는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안에서 기준이 되는 디자인이다. 어떤 기준? 앞으로 캠페인을 진행함에 있어 만들어질 다양한 디자인들의 톤앤매너폰트, 색깔, 레이아웃, 오브제.. 등등을 이 포스터 기준으로 만들자고 약속하는 의미의 디자인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실제 커뮤니케이션에 활용이 안될 수도 있고, 활용 되더라도 다른 디자인 요소의 도움 없이 혼자 활약하는 일이 좀처럼 없다(만약 광고비를 많이 책정해서 동시다발적으로 다른 디자인요소가 사람들에게 투여되고 있다면 이 디자인도 힘이 생긴다)
왼쪽 포스터는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안에서 ‘창끝’이 되는 디자인이다. 실제 예비 관객들과 만나서 공연을 보러 오도록 설득하는 디자인이고, 순서 상으로는 맨 처음이나 맨 마지막에 위치한다. 맨 처음 이 디자인물이 커뮤니케이션을 했을 경우에는 포스터를 보고 → 축제를 인지하게 되고 → 상세페이지로 이동해서 전체 축제를 보게 된다.
(커뮤니케이션 시스템과 관련된 내용은 이후 칼럼을 참고해달라) 디자인물이 만나는 사람들의 상황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같은 사업의 디자인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결론
지금까지 홍보물의 종류가 왜 다양해야 하는지 3가지 이유로 설명했다.
1.
요구하는 프레임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2.
장소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3.
전체 홍보 시스템 안에서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앞서 매체의 크기에 따라, 보는 사람이 처한 환경에 따라, 전체 홍보 시스템 안에서 역할을 고려함에 따라 홍보물을 구성하는 것은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우리 공연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행위]와 같다고 설명했다.
만약 매체 환경에 따라 홍보물을 다양화 시키는 것에 대해서 납득할 수 있었다면, 다음 파트를 집중해 달라. 홍보물 디자인에 매우 재미있는 변화가 일어난다. (다음 칼럼에 계속)